흔히들 호남의 오지를 얘기할 때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란 말을 쓴다. 영남에도 비슷한 곳이 있는데 `BYC`라 한다. 봉화, 영양, 청송의 영문 첫 자를 딴 것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접근이 어려워 낙후된 지역이다. 과거의 `낙후`가 현재에 와서는 `청정`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개발지상주의시대가 물러가고 웰빙우선시대가 도래하면서 `청정한 자연`이 자연스레 부각괴는 것이다. 맑고 깨끗한 환경에, 웅장하면서도 오밀조밀한 풍경을 갖춘 `봉화`가 `휴양여행지`로 선호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암괴석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청량산, 험준한 비탈에 요령껏 들어 앉은 청량사, 청량산을 끼고 도는 낙동강 등은 현실세계에 나타난 산수화 그대로다. 이렇게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을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름휴가는 봉화가 책임진다.

봉화읍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 방향으로 가다가 유곡삼거리에서 918번 지방도로 우회전, 봉성면사무소를 지나 도천삼거리에서 35번 국도로 다시 우회전하여 10여분 정도 달리면 청량산도립공원이 보인다.

산수화 같은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청량산

청량산도립공원은 봉화읍에서 29km, 안동시에서 북동쪽으로 2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순수를 품을 산`이다. 주왕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기악으로 꼽히는 청량산은 흔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찍이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당을 지으려고 할 때, 지금의 도산서원 자리와 청량산 자리를 두고 망설임을 거듭했다고 전할 만큼 운치 있는 산이다.

1982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청량산에는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해 외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 12 봉우리가 있고 명필 김생 선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을 비롯해 8개의 굴이 있으며,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독서대 등 12개의 대가 있다.

숨은 듯, 고요한 듯한 청량산은 작지만 오밀조밀하게 볼 것이 많고, 최치원이 물을 마신 다음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 달고 시원한 약수터가 있다는 점 또한 매력 있다. 청량산은 퇴계뿐 아니라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의 명사가 찾아와 수도했던 산으로도 알려져 있고, 곳곳에는 이들과 관련된 전설과 이곳에서 수도한 흔적들이 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쌓았다는 청량산성을 볼 수 있는 산성터도 남아 있다.

<청량산의 새로운 명소, 가슴 서늘해지는 하늘다리>

2008년 5월 준공된 하늘다리는 해발 800m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에 놓여져 있다. 길이 90m로 국내 현수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긴 다리이다. 하늘다리에서는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청량산의 진면목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태백•소백이 펼쳐 놓은 양백의 지맥과 용트림 치며 흘러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퇴계의 감탄사가 아로새겨진 청량산가 시비>

청량산도립공원 표석 바로 위에 있는 청량산가 시비는 퇴계 이황 선생이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적혀 있다. 퇴계는 이 시비에 적힌 대로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따라 가지 말라 어자(魚子) 알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는데, 신비한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숨겨두고 싶은 퇴계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육육봉은 청량산의 12개 봉우리를 일컫는 말이다. 병풍을 두른 듯 산 위에 솟아 있는 12개의 봉우리를 보고 감탄하여 지은 시다.

<신라 명필의 전설 서린 김생굴>

김생굴은 신라의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굴이다. 김생은 일생을 서예에 바쳐 예서, 행서, 초서에 능했던 김생은 `해동의 서성(書聖)`이라 불렸는데, 송나라의 왕희지를 능가하는 명필로 이름을 날렸다. 김생굴에는 전설이 하나 전하는데, 9년 동안 서도를 닦은 김생이 하산하려 하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도 9년 동안 길쌈을 했으니 솜씨를 겨뤄보자 했고, 어두운 동굴에서 두 사람이 서로 제 솜씨를 내놓았는데, 길쌈한 여인의 천은 흐트러짐 없이 고운데 반해 제대로 글씨를 쓰지 못한 김생은 하산을 포기하고 1년여를 더 서예에 정진한 다음 하산을 했고, 이에 그가 천하의 명필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연꽃의 중앙에 자리잡은 사찰, 청량사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알려져 있는데, 청량산의 12봉우리가 연꽃처럼 둘러져 있어, 청량산 전체를 연꽃이라 본다면 청량사의 자리는 수술자리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고려 공민왕이 친필로 쓴 `유리보전`이라는 현판을 볼 수 있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으로,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청량산성에 머물 때 친필로 쓴 현판이라 전한다. 청량사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보물은 `지불`이다. `지불`은 `종이로 만든 부처`라는 뜻인데, 지금은 종이 위에 금칠을 해 놓아 평범한 금불처럼 보인다.

청량산에서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태백시 쪽으로 계속 직진하면 청옥산자연휴양림을 찾을 수 있다. 저녁식사로는 봉화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손색이 없는 봉성돼지숯불요리단지가 좋다. 소나무숯불에 구워 향긋한 솔향기가 배어 있다. 봉성면사무소 근처에서 8개 정도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식당 연락처는 봉화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bonghwa.go.kr) 참고

울창한 삼림을 배경으로 한 숲 체험장, 청옥산자연휴양림

해발 896m의 높이에 위치한 청옥산자연휴양림. 돌탑으로 쌓은 입구에 들어서서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면서 수령이 100년도 넘는 청옥산의 주인들을 만나게 된다. 제각기 한 자리에 서서 100년 이상을 살았으니 엄청난 기가 느껴질 법도 한데, 잣나무, 소나무가 표정 없이 서 있다면 활엽수들은 손짓이라도 할 것 같다. 산책로를 오르면서 숲과 나무의 향기가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서면 하늘을 가릴 듯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한층 든든해 보이고 숨어 있다가도 제 할일 하는 다람쥐와 청솔모의 모습이 눈에 띈다. 새들의 소리는 맑은 공기 덕분인지 더욱 선명하고 땅에서 피어난 꽃과 야생화의 수다가 들려오는 듯하다. 마음껏 숲 체험을 하면서 물놀이장도 이용할 수 있고, 자녀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 단체 활동이나 운동경기도 할 수 있는 운동장과 캠프파이어장 등이 마련돼 있어 용도별로 사용할 수 있다. 숙박을 할 수 있는 숲속의 집 6동, 숲속수련장 숙소 2동 외에도 야영장이 4군데 마련돼 있어 여름철에는 야영을 하며 숲과 자연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에서 별을 보며, 하룻밤을 머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청옥산자연휴양림을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청량산도립공원으로 향하다가 명호면사무소를 지나면 매호유원지가 나온다. 낙동강 레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20여 개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레프팅 연락처는 봉화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bonghwa.go.kr) 참고

모험을 즐기는 가족을 위한 낙동강 레프팅

낙동강 레프팅은 매호유원지를 출발해 청량산도립공원 입구까지 약 10km 구간에서 진행된다. 내린천이나 동강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잔잔한 편이어서 스릴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는 장점이 된다. 가족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레프팅을 즐기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작고 잔잔하다고 해서 호수 같다는 것은 아니다. 힘을 합쳐 요동치는 여울도 몇 개 건너야 하므로 한정 없이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매호유원지(두 개의 강이 합쳐진다는 의미의 `이나리강변`이라고도 부른다)에서 6km 정도를 가면 흐르는 물이 잔잔한 호수처럼 변하는 백룡담에 도착한다. 백룡담은 오뎅이나 삶은 달걀, 떡 같은 간식류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어 간식을 먹으면서 쉬는 곳이다. 백룡담 위 30m 높이에는 턱걸바위가 있다. 턱걸바위는 병자호란 때 지역의 장사인 `임 장군`이 바위를 붙잡고 턱걸이를 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턱걸바위 아래 4m 높이의 바위는 다이빙 명소로 레프팅을 하는 여행객들이 바위에 올라 물로 뛰어들며 담력을 뽐내는 곳이다. 백룡담을 출발해 커다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급류를 넘으면 청량산도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면서 레프팅을 마치게 된다. 소요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문의처]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94~6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54-672-4994 청옥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054-672-1051